2020 늘픔케어 오리엔테이션

[프로젝트] 2020 늘픔케어 오리엔테이션

작성자 : 차희원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는 상반기, 원래대로라면 여러 세미나가 열렸어야 할 늘픔 약사회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조용히 각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5월 중순, 오랜만에 세미나가 열렸다. 하반기 시행될 국가 사업인 방문 약료 정책에 참여를 결정한 후 활동에 대한 소개와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모임은 입구에서 방명록 작성 후, 손소독을 마치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치러졌다.

 

쪽방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늘픔은 13년 간 쪽방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연대하며 필요한 의약품을 전달해왔다. 연말연시에는 방한용품과 생필품을 선물하고 주민들에게 말벗이 되어드리곤 했다. 늘픔의 쪽방 활동은 늘픔 학생들에게 건강권에 대한 이해를 높인 활동이자 간접적인 약료 서비스를 경험해보는 기회였다. 그러나 쪽방 활동 중에도 늘픔 약사들은 ‘약을 계속 드려도 될까?’ ‘약보다는 다른 도움이 필요한 분이 아닐까?’ ‘우리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라는 풀리지 않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늘픔은 쪽방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방문 약물 교육이나, 늘픔 약국 신림점에서 생활 밀착형 약물 교육을 시도했다. 차근 차근 쌓아온 방문 약료 경험은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

 

방문 약료의 필요성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도 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받아와서 집에 쌓이고 있는 폐의약품들, 약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에 쌓아두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약은 바르게 쓰이지 않으면 치료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다. 약물 문제 조사 시, 낮은 복약 이행도, 부작용의 발생, 비슷한 효능군 중복 복용은 각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 환자가 위해 가능성이 있는 약물과 질병, 건강식품의 상호작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종 약이 아닌 다른 문제가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식사를 대충하는 분, 거동이 불편하여 집안일과 운동을 할 수 없는 분, 약을 오래 먹어도 불면, 우울감에 시달리는 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필요한 서비스를 어디에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그러하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상 환자는 여러 병원을 다양하게 다닐 수 있다. 그로 인해 서로 다른 병원에서 중복되는 약물이나, 반대 효과를 내는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재 한국은 다제 약물 처방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처방전 당 약품 수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1회 10개 이상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는 사람이 2019년 기준 80만명을 넘었다는 사실도 다제약물 복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방문 약물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늘픔 약사회 소속 한주성 약사

 

약사의 약료 서비스

WHO는 약사의 역할이 약을 제공하는 물질 중심에서 환자 중심의 약료 제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약국은 지리적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이 높은 공간이다. 특히 약을 통한 치료가 이뤄지는 만성 질환을 중심으로 더욱 효율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개국 약사들은 약국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점을 느낀다. 단순히 약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환자 등.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문제점은 많아도, 약사가 직접 잘못을 고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약사가 방문 약료를 참여한다면 전문성을 갖춘 보건 의료인으로서 환자 중심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활용 가능한 공적, 사회적 자원을 환자에게 지원할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은 이미 준비되어있는 자원을 정보의 부족으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약사는 지역사회와 교류를 통해 환자가 당면한 다양한 생활의 문제 해결을 돕고,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관리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방문 약료 서비스

방문 약료의 적용 대상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2018년 684명에서 2019년 3000명으로, 2020년에는 6000명의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 이용자가 예정되어 있다. 방문 약료 서비스는 동사무소, 보건소에서 다제 약물 복용자, 방문 약료 대상자를 특정한 후, 방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방문 약료 팀은 2인 1조로, 사회복지사와 약사, 혹은 약무팀 약사와 약사가 동행한다.

방문 약료 서비스의 과제는 총 두 가지다. 첫째, 환자가 많은 약에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문 약료 참여 약사는 환자와 함께 복용하는 모든 약과 건강식품을 검토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복약지도를 실행한다. 또 기존 문제점을 찾는 것을 넘어서 환자가 부작용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건강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할 경우 의사와 의논하여 처방을 조정하도록 안내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다른 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를 찾아 서비스와 환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약사가 직접 방문하여 환자의 생활 습관과 환경을 파악하면,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이후 어떤 전문가와 서비스가 가능한지 물색하고 환자를 케어하기 위해 지역사회 조직과 보건소, 복지관, 지자체의 협력을 돕는 일도 가능하다. 방문 약료에서는 약사의 약료 서비스가 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환자 중심의 서비스 모델로 탈바꿈하게 된다. 실제 2019년도 자료에서 방문 약료를 진행했을 때 복약 순응도가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국가 사업인 방문 약료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약사 역할의 데이터화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약사의 직능을 폭넓게 펼치는 데 훌륭한 근거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늘픔 약사회가 방문 약료를 잘 할 수 있는 이유

전문성과 환자 중심성은 늘픔의 두 날개다. 늘픔 약사들은 평소 세미나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여러 가지 스터디를 진행하며 전문성을 기르고 있다. 이는 늘픔 케어에 꼭 필요한 Medication Review 능력을 갖춘 약사로서, 약물 사용, 적정성, 약물 이용을 우수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성을 활용해 환자의 약물관련 문제를 감지하고 환자와 의사에게 중재를 권장할 수도 있다. 또, 다년간의 쪽방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늘픔 약사들은 어르신과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습관을 지도한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왔다. 방문 약료 서비스를 진행하며 어르신들이 복잡하고 힘든 약물 치료를 따라오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다.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굳건한 신뢰 관계를 만들면 복약 순응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오래되고 잘못된 건강 신념을 고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은 단순히 약료 서비스로만 해결할 수 없다. 늘픔 약사들은 분절된 의료 서비스 속에서 잃어버린 환자 중심성을 되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환자에게 약물 교육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환자 주변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참여를 독려하며, 다학제 팀으로 접근, 환자의 요구와 선호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 환자의 건강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또, 지역사회 연결망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발굴하고 지역사회 조직과 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늘픔 약사들은 약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가진 약사 집단이다. 학생 때부터 쪽방에 방문하여 방문 약료를 경험했고, 세이프 약국 경험을 가진 약사와 이미 방문 약료를 경험한 약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수월하게 방문 약료, 지역사회 사업 전문가로 거듭날 것이다. 늘픔 약사회의 목표는 이번 활동을 통해 방문 약료 우수 사례집과 매뉴얼을 만들어 약사가 가지는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 약사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약물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늘픔 약사회 소속 박상원 약사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방향

이번 늘픔의 방문 약료 프로젝트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관악팀과 다제팀으로 나뉘어 시행된다. 관악팀과 다제팀은 업무와 담당하는 환자에 있어 차이점을 가진다.

다제팀은 급여환자 없이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찾아가 약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관악팀은 세이프 약국 시범사업 내에서 생활 밀착형 방문 약료를 진행한다. 관악팀이 수행하는 생활 밀착형 약물 교육의 대상자는 의료 수급자 중 만성질환 장기약물 복용자, 다제 약물 복용자들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약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관리하여 방문약료에 참여하는 약사들에게 서비스 해당자의 정보를 제공한다. 다제팀은 권역 내 환자들 중 다제약물 복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관악팀은 수급자에게 방문약료를 진행한다. 수급자는 병원비를 지출하기 어려워 생계 급여, 교육, 주거 급여, 의료 급여를 받는 계층으로, 이 중 의료급여가 가장 많으며, 더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겪고 있을 수 있다.

 

늘픔 케어: 관악팀

관악팀은 늘픔케어를 1년 사업이 아닌 장기 프로젝트로 보고 있으며, 수급자의 특성상 약료 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커뮤니티 케어를 지향한다. 구청 보건소와 동 주민센터를 이용하여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며, 이러한 네트워크를 위해 정다운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과, 관악 사회복지, 관악 주민연대, 신림 복지관, 자활센터와 연계하여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0년에는 생활 밀착형 사업을 중심으로 방문약료 경험을 축적하고, 추가적 자원 연계 경험을 쌓는다. 팀 운영의 큰 계획으로는 생활 밀착형 상담과 월별 세미나가 있다. 생활 밀착형 상담은 2명의 약사가 1명의 대상자를 상담하며, 모든 참가 약사가 1명 이상의 상담경험을 가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월 1회 상담이 진행되며 1,2,5차는 방문, 3,4차는 전화 또는 약국상담을 거칠 예정이다. 월별 세미나는 생밀(생활밀착형) 상담을 위한 스터디로 이뤄지며, 지역사회 복지제도와, 시설 이용에 대한 학습을 진행한다. 형식은 간담회와 현장 방문 등이다.

 

늘픔 케어: 다제팀

늘픔케어 다제팀은 방문 약료를 통해 약물 사용 평가 및 상담의 전문성을 강화히고, 교육 상담의 중요성을 홍보한다. 2020년엔 우수 사례집 발간과 방문 약료 매뉴얼의 초안 개발을 목표하고 있으며, 서울시 약사회와 지속적인 협력하며 홍보 채널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늘픔 외에도 사업에 관심이 있는 약사들을 물색해 저변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약물 지식, 상담 기술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방문으로 실전 경험을, 스터디로 지식을 체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또, 늘픔 약사회 내에서도 2020 다제 약물 관리사업을 적극 홍보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자문 약사를 추가 등록하고자 한다. 지방 회원도 각 분회에 참여신청이 가능하며, 활발한 서비스 참여를 위해 1인 2건 이상 방문약료 경험하기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이외에 월 1회 스터디 등 학습 모임을 가져 약물 검토 사례를 공유하고, 매뉴얼 초안을 작성한다. 필요시 임상교수, 약학 전문위원 등 전문가를 초빙하여 사례를 연구하고, 감수를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