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책 소모임 후기

[프로젝트]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책 소모임 후기

몸의 정상성과 질병권을 고민하다

김다은 (늘픔약사회 학생기자단)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조한진희, 동녘)> 를 읽고, 건강권에 이어 ‘질병권’이라는 잘 아플 권리가 무엇인지, 그 권리를 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사회적 분위기와 한계가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 #질병권 #질병의개인화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숨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이유는 질병의 원인이 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 대부분이 몸이 아픈 것은 자기관리 부족으로 느낀다. 간혹 회사에서 약을 먹는 것이 불편하여 점심약을 받지 않겠다는 환자도 있다. 마음 편히 아플 권리인 ‘질병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책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지어졌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는 ‘암에 잘 걸리는 유형’으로 일 중독자, 완벽주의적 강박형, 힘들어도 참기만 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소개한다. 이는 질병이 잘못된 성격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질병을 개인화하는 것이다. 실제 회사에서도 아픈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지.”라고 이야기하면서 내가 바뀌길 바란다. 이는 본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일이 갑자기 많이 몰리거나, 그로 인해 제때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 생활고에 시달려 저렴하고, 대부분 짠 음식을 먹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자기관리는 필요하지만, 너무 심한 질병의 개인화와 이로 인해 환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사회 분위기는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약국에서 질병의 개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약국에 오는 환자들은 아픈 이유를 찾고 싶어 하고, 보통 식습관, 생활습관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식도염으로 찾아온 환자에게는 과식하는지,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지 등 직접적 요인들부터 차근차근 찾아 나간다. 그러나 이런 검토 끝에도 답을 찾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그 과정이 의미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끝까지 찾아내려고 노력하다 매운 걸 자주 먹지 않느냐는 등의 매우 사소한 것들로 결론이 나버린다. 질환이 생긴 실질적인 요인이 아닐지라도 원인을 찾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그리고 약사 또는 의사가 환자에게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환자가 그들로부터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등 서로의 기분을 좋게 하므로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면 약사로서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이러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대체방안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고민이다.

#정보의불균형 #맞춤형의료

저자는 병원에 검진을 받는 중에 뭔가 불합리함을 느꼈다. 환자 본인에게는 정보를 전혀 주지 않고 의사는 간호사와만 대화를 하는 등 마치 컨테이너 위의 통조림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질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데 치료에 대한 선택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러나 본인은 이러한 선택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없다. 이처럼 현재 정보 불균형은 보건계열에서 큰 이슈이며, 바뀔 필요성이 있다. 최종결정은 전문가의 지식을 토대로 하겠지만, 의사가 환자를 충분히 이해시켜 환자가 의료에 대해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이미 환자마다 의료가치관이 존재한다. 미국 의사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본인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환자가 주체적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고민하는 시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최근엔 과학기술, 보험, 금융상품 등 해당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매우 어려운 복잡한 기술 또는 상품들도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여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과거보다 현재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소비자 수준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의학도 마찬가지로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일본의 쿠마병원을 방문하여 진료상담을 받았을 당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 병원의 의사와 50분가량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통조림이 아닌 인격체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인 저자에게 앞으로 복용할 호르몬제가 동물 학대 실험으로 개발된 건 아니라는 설명으로부터 의사가 환자의 가치관과 철학까지 염두에 두고, 모든 진단 과정에 친절한 설명이 우선된다는 점에서 환자로서 존중받음을 느꼈다. 이러한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건의료인은 보다 환자를 존중하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환자 역시 보건의료인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권해주는 약은 마진이 많이 남아서 그런 것이라고 약사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환자가 약사에게 증상과 더불어 가치관을 알려준다면 약사도 그에 따른 의견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환자가 특정 유명한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한다면, 그에 맞게 그 회사의 제품 중 적절한 의약품을 찾아준다. 결론적으로 환자도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습관이 길러졌으면 좋겠고, 전문가도 그 사람을 존중하는 대화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갔으면 한다.

#의료가치관 #주체적자기관리 #시계부 #타임푸어

저자는 일반인도 의료에 대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갑상선암이라고 진단을 받은 이후 대부분의 의사들이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본인의 의료가치관에 따라 2년 동안 수술을 미루고 갑상선을 반만 절제하는 의사를 찾아다녔고, 결과적으로는 본인 몸에 큰 부담이 없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저자는 갑상선암이 발병하기 전부터 자본주의에서 멀어지기 위해, 의료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건강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았고, 최소진료, 최소약료라는 가치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많은 이들에게 의료가치관은 매우 낯설다.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아도 의사가 처방해 주는 루틴으로,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만약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거나 여러 질문을 하면 불편러가 되기에 십상이다. 지금까지 의료를 선택하게끔 훈련받아오지 못했으므로 의료가치관 또한 고민할 수 없었다. 의료가치관을 세운다 해도 한 병원 안에서의 선택권은 없으므로 다른 병원을 가게 되는 의료쇼핑을 하게 되는 한계점이 있다.

환자는 주체적으로 의료가치관을 갖고 본인의 몸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에 따라 소화 여부를 생각해보는 등 자신을 자주 돌아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몸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 “시계부”를 작성하여 오늘 몇 시에 무엇을 하였는지 작성하여 어떤 컨디션이었는지 자신을 계속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순간순간을 돌아보는 것, 그 자체가 습관이 되어야 하지만 바쁜 일상생활에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또한 질병은 물리쳐야 하고 나약함에서 온다는 자기부정까지 있어서 더욱 실천이 어렵다. 따라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몸의 소리를 들어보고, 그것이 곧 스스로 아끼는 방법일 것 같다. 반면 결과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등의 노력이 긴장 상태로 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아파도돌보는여성들 #돌봄노동자는누가돌봐주나

저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같은 병실의 여성 환자들은 저자를 부러워했는데, 이는 챙겨야 할 식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많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돌봄 노동을 수행하고 있고, 몸이 아파도 멈추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돌봄은 ‘남성답지 못한’ 행위이고 돌봄이 가족 내, 특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돌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많은 여성이 아파도 마음이 편치 않다. 돌봄 노동에 대한 보험이 있으면 어떨까. 복지가 잘 된 나라의 경우, 치료를 받는 동안 나라에서 생활비를 보장해준다. 마찬가지로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은 아플 때 돌봄으로 보장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돌봄이 사회화되어도 그 돌봄 노동자 또한 대부분이 여성이 되리라는 것이 공통적인 생각이다. ‘여성들은 임금노동 시장에 꾸준히 진출해왔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돌봄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책 구절에도 동의하는 바이다. 돌봄이 사회화되었을 때 남성도 돌봄이라는 영역에 들어오도록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이 부분이 정치적인 지점이다. 성별 이분법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노력해야한다.

#생활동반자법 #건강두레 #공동체

수술을 받기 위해선 병원에서는 보호자로부터의 수술 동의서를 요구하는데, 혈연이 있는 가족이 아니면 수술 동의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수술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병원의 관습적인 행위임에도 수술 동의서가 없이는 수술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가장 가까이 있는 동거인은 보호자가 될 수 없는 반면 몇 년 동안 연락한 적이 없는 동생에게 보호자 사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수술 동의서는 1인 가구에도 큰 불편함을 준다.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또 다른 애정과 돌봄을 나누는 공동체가 존재한다. 서로 삶의 동반자들에게도 법적 지위가 주어져야 한다. 비혼이고 1인 가구를 사회로부터 고립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1인 가구이기 때문에 건강 두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변 사람들과의 어울림, 사회 공동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생활동반자법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프랑스의 PACS(Pacte civil de solidarité, 시민연대계약)는 대표적인 생활동반자제도로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 가족과 똑같이 법률적 보호를 받도록’ 한다. 이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 이전, 동거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현재는 동성혼이 합법화되었지만, 여전히 PACS는 유지되고 있다. 결혼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재산공유도 가능하여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고, 현실에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거를 하나의 삶의 형태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다양한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연광고의딜레마

최근 금연광고에서는 ‘담배 주세요.’를 ‘후두암 주세요.’라는 문구로 표현한다. 저자는 이러한 표현이 질병을 개인화한다고 주장한다.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포함되어 있는데, 정부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개인의 흡연 때문이라는 질병의 개인화를 하고 있다며 흡연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표현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약국에서는 금연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흡연자가 흡연을 시작하기까지의 사회적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현재 흡연하고 있으므로 질병에 걸릴 것이라고 개인화한다. 이러한 광고는 흡연자들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들에게도 타격을 준다. 폐암의 원인 1위는 흡연이지만, 흡연하지 않고도 폐암에 걸린다. 특히 급식노동자는 탄 음식을 자주 접하므로 폐암 발병확률이 높다. 그러나 폐암이 곧 흡연이라는, 금연광고의 이미지화에 의해 이들은 폐암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광고는 필요하지만, 그 표현이 사회적,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보다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

책소모임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질병을 접했다. 아픈 몸을 비정상적인 몸이라고 인식하기보다 그 몸도 정상이며, 질병의 원인이 내가 아닌 사회이기 때문에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 토대로 아픈 몸이지만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고, 그 질병을 사회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더는 자책을 하지 않길 바라며, 저자처럼 의료가치관을 갖고 시계부를 작성하는 등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