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약사칼럼] “생산성의 함정에서 벗어나 약사의 생산성을 낮추자”

[기고문] [젊은약사칼럼] “생산성의 함정에서 벗어나 약사의 생산성을 낮추자”

▲ 장보현 약사

약대 6년제가 시작되기 앞서 약대 증원 증설 문제가 뜨겁게 불거졌었다.  많은 약사들과 약대 학생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와 대학,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대로 증원 증설이 이뤄졌다.

심지어 청와대 개입설까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당시 증원 증설의 근거가 되었던 보고서는 ‘오영호 보고서’였다.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약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의 인력 추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고령 인구의 증가, 예상되는 의료시장의 변화, 현재의 수가체계, 그때 당시의 약사 수급 등을 반영하여 약사의 생산성을 변수로 작성된 연구 보고서이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나리오별로 책정된 약사의 생산성에 따라 다르지만 향후에 대체로 약사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약국 영리법인화,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등의 환경적 변화로 인해 이 같은 추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의 생산성이 높아지게 되는 경우 향후에 약사인력이 과잉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이란 약국의 경우 약사 1인 당 처리하는 처방전 건수를 이야기한다. 현재 기준이 되고 있는1인 당 75건의 처방전을 처리하는 경우 약사인력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약국 당 처리하는 처방전 건수가 높아지고 약국의 규모가 커질수록 보통 약국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흔히 이야기하는 ‘효율적인’약국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생산성 향상’은 ‘긍정적 ‘이미지로 통한다. 하지만 한명의 약사가 처리하는 처방의 건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과연 누구에게 이로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중에 환자, 약사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에 생산성의 함정이 있다.

정말 약사가 생산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담은 ‘생산’은 무엇일까? 이것의 효율을 높이는 ‘생산성의 향상’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명료한 정의와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 같은 지표와 방향성이 뚜렷해지면 ‘오영호 보고서’에서 말하는 ‘생산성(약국 당 처방전 처리건수)’은 오히려 낮아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약사가 1명의 환자에게 투입해야하는 시간이 늘고, 서비스의 양과 질이 늘어나서 ‘건강과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향상된다면 지금의 약사 1인 당 75건이라는 숫자가 사회적으로 더 낮아 질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 가야지만이 증가한 약사 인력의 공급이 정당화되고 그 인력들이 보다 사회적으로 효용가치가 높게 쓰여질 수 있게 된다. 단적인 예로 일본의 경우 약사 1인당 25명의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약대가 증원 증설되었고 2년째 6년제 약사가 배출되었다. 강화된 임상 역량과 건강관리를 위한약료서비스의 사회적 필요의 증가에 맞게 약사사회는 ‘생산성 낮추기’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법인약국, 차등수가제 폐지 등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에 대해서 우리는 경계해야한다. 사회약학 분야와 정책연구소의 역할이 보다 필요한 때이다.

구호로만 외치는 ‘안전성’ ‘전문성’, ‘약권’이 먹히던 시대는 지났다. 조직의 힘으로 찍어 누르는 시대도 지났다. 약사가 무엇을 생산해 낼 수 있고 그것을 얼마나 생산해 냈는지 정량화하고 체계화 할 수 있는 정책적 시도와 연구가 필요하다.

데이터 수집을 바탕으로 한 제주도의 심야공공약국, 서울시 약사회의 세이프 약국, 방문약사제도 등이 중요한 씨앗이 될 것이다. 약제비 절감, 불필요한 의약품 복용 감소, 복약순응도 증가, 건강 증진, 처방 감사 및 수정, 의료 접근성 향상 등 다양한 결과 값을 종속변수로 한 약사 및 약국의 개입의 효과를 밝혀내고 증명해 내야 한다.

지금의 6년제 약사를 비롯한 청년 약사의 미래는 지금의 약사회와 약사사회가 이 일을 얼마나 잘 해내고 제도화하느냐에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약통신  pharmacy@binews.co.kr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