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약사칼럼] 한국의 노동문제가 사회보장과 약사에게 미치는 영향

[기고문] [젊은약사칼럼] 한국의 노동문제가 사회보장과 약사에게 미치는 영향

▲ 장보현 약사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약사는 의약품을 매개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며 한국사회의 사회보장제도(국민 건강보장, 건강보험, 의료전달체계도 이에 속한다)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보장과 건강권에 대한 태생적 사명을 갖는 약사로써 짧게나마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짚어보고 이것이 사회보장과 약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헌법과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사회보장은 국가의 의무 중 하나다. 사회보장은 사회적 위험(질병, 장애, 실업, 사망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소득을 보장하며 빈곤과 비물질적 필요에 대한 요구를 해소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보편적으로 사회보장의 핵심은 소득보장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개인의 삶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경제활동시기의 실업, 저임금 일자리는 향후 노인 빈곤, 질병, 출산, 육아, 교육 등 생애주기 전체를 망라하는 문제를 양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완만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일자리 창출 능력과 분배개선 효과 (trickle-down effect)는 점차 약화되어 국민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08년 7.2%, 2010년 8.0%, 2012년 7.5%로 계속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비정규직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더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 가능성이 낮고 고용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은 2013년 8월 기준으로 22.4%를 기록해 28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으며 국제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32.4%로 비중이 더 높아진다.

OECD 평균인 11.8%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를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최근 파견업종 확대, 비정규직 근로계약 기간 확대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실정이다. 단순히 비정규직의 수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 또한 심한데 비정규직 월 평균임금은 2012년 8월 기준 정규직의 56.8%에 그쳤다.(통계청)

사회보험 가입비율(정규직/비정규직)은 2013년 3월 기준으로 국민연금(81.3%/40.0%), 고용보험(80.5%/43.9%)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3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에 그쳐 회원국 평균(5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사회의 사회보장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이와 같은 노동문제이다. 고질적인 문제인 가계부채, 높은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본인부담률 등으로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저축을 하고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직이나 질병의 위험이 닥쳤을 때 이를 완충해줄 장치마저 미비하기 때문에 한국사회는 점차 ‘불안’사회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로의 전락사유를 보면 실직이 29%, 수입 감소가 22.2%, 의료비가 18%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이용의 측면에서도 소득이 낮은 경우에 의료비 부담과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고 건강이 악화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OECD국가 중 독보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빈곤과 사회보장, 사회적 자본의 미비함에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외치는 약사들에게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는 건강권을 침해하는 가장 중요한 병인(病因)이다. 좋은 약이 있어도 경제적 문제로 접근할 수 없는 환자, 시급히 치료해야 하지만 장시간 근로로 좀처럼 병원, 약국을 찾기 어려운 환자,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아플 수밖에 없는 환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약국 안과 약국 밖 모두에 있을 것이다.

추가로 우리는 이러한 노동문제로 대한민국의 중산층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왜냐하면 중산층의 비율하락은 중소자영업자에게 가장 먼저 경제적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노동문제 해결과 함께 의료보장성의 강화로 이제 ‘힐링’이 아니라 ‘웰빙’이 다시 국민적 화두로 대두되는 시기가 빠르게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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