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약사칼럼] 메르스에 대처하는 약사의 자세

[기고문] [젊은약사칼럼] 메르스에 대처하는 약사의 자세

한주성 약사
늘픔약사회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전공 석사과정

 

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에 대한 공포가 심각하다. 치사율이 40%라는 무시무시한 숫자의 위력, 감염으로부터 더 이상 안전해 보이지 않는 병원, 한 명의 감염자가 천여 명과 접촉했다는 소식까지 점점 상황은 암담하다. 약국가도 비상이다. 황사 철에나 많이 팔려나가던 마스크가 이제 없어서 못 팔게 되었다. 시민들은 질병관리의 최종책임자인 정부의 무책임함에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메르스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설득하려고 노력하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짚어보아야 할까?
어떤 위험요인에 대한 사람의 인식을 위험인식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인식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터 샌드만(Sandman, 1993)은 위험(risk)을 위해(danger)와 분노(outrage)가 합쳐진 개념이라고 보았다.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정보들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 메르스가 가지고 있는 위험보다 훨씬 더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위험인식은 과학적 근거보다 주관적인 것이 크기 때문에 위기상황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건강 위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기능이 절실하다.
대중과의 소통, 이해당사자의 협조 없이 ‘유언비어를 믿지 말라, 부화뇌동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은 공포와 불안을 없애는 데에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반면 작년 5월, 미국에서는 메르스를 대처하기 위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지역 병원과의 협조를 통해 병원 이름을 밝히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공중보건의 위기에서 약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약사들조차 이러한 위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며 약사로서 메르스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명확한 임상적 근거도 별로 없고, 아직 약사가 대중과의 소통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소통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사가 건강관리의 전문가라면, 과학적인 근거를 잘 짚어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대중들의 공포와 불안함을 함께 공감하고 조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직접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의식 있는 약사 개개인 몇 명이 활약한다고 해서 대중들의 신뢰를 얻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약사들 간의 정확한 정보 교환이 선행되어야 하며, 메르스의 공포를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약사회 차원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약사회, 지역 약국, 지역 보건당국과 함께 메르스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에 앞장서 지역사회의 질병확산 방지에 기여해야 한다. 메르스에 대처하는 약사들의 자세에 따라 약사직능에 대한 신뢰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의약통신  pharmacy@binews.co.kr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