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약사칼럼] Evidence

[기고문] [젊은약사칼럼] Evidence

늘픔약사회 前 대표 최진혜 약사

 

요즘 들어 부쩍 ‘evidence based'(근거중심)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약리작용에 대한 엇갈리는 의견에서도 ‘evidence가 무엇인가’로 참, 거짓이 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근거에 기반한 주장은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임상약학 뿐만 아니라 정책 하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도 근거에 기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의료 체계의 큰 변화였던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도 각종 evidence들이 제시되었고, 분업이 이루어진 지금도 그 평가를 두고 항생제/주사제/스테로이드 처방율 등이 근거로 제시되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어떠한 정책이 시행될 때는 각종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의 조율도 필요하겠지만, 특히 그 정책이 ‘사회적으로 유익하다’는 Evidence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이 단순히 긍정적인 여론, 만족도가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써 계량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에 근거를 제시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Evidence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현재 젊은 약사들의 시대적 책무를 떠올립니다. 바로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는 것, 그것을 정책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 5위 안에 약사가 있다는 언급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습니다. 이것이 현재 젊은 약사들이 살아가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새로운 방향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실천이고 데이터입니다. ‘약사가 이렇게 변화하면 국민에게 이렇게 유익하다’ 이 명제를 구체적으로 증명해 내는 것이 현재 젊은 약사들의 어렵고도 무거운 책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이프약국이 그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시약사회 정책이사로 있으면서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세이프약국(지정 약국에 등록한 서울 시민에게 포괄적 약력관리, 금연, 정신보건센터 연계 사업 등을 상담해 주는 건강증진서비스)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증진’이라는 사회적 새로운 요구를 능동적으로 받아 안아 복용중인 모든 약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에 대해 포괄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약사의 새로운 역할이고,(이것이 왜 새로운 약사의 역할인가 싶지만, 이러한 역할은 아직 사회적으로 공식화되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을 정책화한 것이 바로 ‘세이프 약국’입니다. 단순히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런 저런 상담을 해주었다가 아니라 1) 복약순응도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2) 평균상담시간 3) 부작용, 부적절한 의약품 복용, 생활/영양요법 등 약사 중재가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는가 등 구체적 수치로 평가되므로 단순히 상담에만 힘써서 될 일도 아닙니다. 이렇듯 우리가 늘 해오던 복약, 건강 상담도 공식적으로 제도화되려면 힘든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현장에서 열심히 세이프약국 사업을 하시는 약사님들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사업의 효과성이 잘 드러나서 정말 제도화되면 나중에 우리 후배들은 이 일을 자연스러운 약사의 역할로 받아들이겠죠? 우리가 고생한 건 하나도 모를 거에요.^^”
약사는 기계에 대체되어 없어질 직업이 아니라 그들이 열심히 일할수록 국민들이 건강해지는 ‘공익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은 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비단 세이프약국 뿐만이 아니라 방문약사사업, 보건소 연계 사업, 지역 교육 사업 등 많은 역할들이 봉사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화’, ‘제도화’되는 데 젊은 약사들이 앞장섰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작게는 언젠가 올지 모를 자신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쌓아두는 것부터, 세이프약국과 같은 기회가 오면 앞장서서 맡는 일, 더 멀게는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주도 하는 일이겠지요. 그 모든 행동이 결국 국민 건강을 위해 약사의 역할을 높일 Evidence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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