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영리 약국 허용은 곧 의료 민영화

[인터뷰 및 기사] 박근혜 정부, 영리 약국 허용은 곧 의료 민영화

“박근혜 정부, 영리 약국 허용은 곧 의료 민영화”

[토론회] “체인 약국 10% 생기면, 동네 약국 20% 폐업”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법인 약국이 도입되면 정부 예상과는 달리 지역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고 약국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늘픔약사회, 전국약학대학학생회 협의회 등 5개 약사 관련 단체는 15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영리법인 약국,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체인 약국 10% 생기면 동네 약국 20% 폐업”

발제를 맡은 이승용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책위원은 “2008년 미국 조사에 의하면 개인 약국은 총 매출의 17.2%를 지역 경제에 돌려주지만, 법인 약국은 9.7%만 지역 경제에 돌려준다”고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2009년 미국 북다코타주에서도 법인의 약국 개설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미국 지역 자치 연구소(ILSR)가 약사법을 개정하면 주 경제에 한화로 240억 원의 직접적인 타격이 생긴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결국 주의회 의원들의 반대로 약사법 개정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ILSR 보고서를 한국에 적용한 결과, 약국의 10%가 체인 약국으로 변하면 약국 20%가 폐업하고 약사 일자리 691개가 감소한다”며 “약국의 20%가 체인 약국으로 변하면 40%가 폐업하고 약사 일자리 1383개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체인 약국 이윤 방침에 환자 서비스 질 하락”

약국 서비스의 질도 하락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정책위원은 “거대 영리법인 약국인 월그린은 ‘조제 스피드’를 강조하는 회사 방침을 세웠다”며 “이 때문에 환자와 대화하는 시간과 처방 오류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졌고, 처방 조제 실수가 자주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월그린이 한 약국 체인을 인수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처방전을 소화하는 시스템에 견디지 못한 많은 약사들이 떠났다”며 “조제를 늦게 하는 약사에게는 어김없이 월말에 경고가 떨어졌고, 월그린은 약사들이 꺼리는 직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 대한약사회 전국 분회장들이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 강당에서 열린 ‘영리법인 약국 저지 결의대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영리법인 약국 허용 방침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논리 적용해도 영리 약국 허용은 의료 민영화”

이 정책위원은 보건복지부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영리법인 약국 허용’은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표명한 것처럼 “병원이 영리법인이 되는 것이 의료 민영화”라면, 병원과 같은 요양기관으로 분류되는 약국이 영리법인이 되는 것도 ‘의료 민영화’라는 주장이다.

이 정책위원은 “현행 건강보험법상 의료기관뿐 아니라 ‘약국’도 요양기관으로 정의돼 있는데, 약국에 영리법인이 허용된다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의료기관에도 영리 법인을 (더 광범위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약사법 개정돼 FTA 적용되면 외국 체인 약국 한국 진출 가능”

여기에 영리법인 약국 허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유보 조항에 영향을 미치면, 외국의 체인 약국이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 한미 FTA ‘약국 개설에 대한 유보 조항’에는 현행 약사법과 마찬가지로 “의약품 소매 유통 서비스를 공급하는 인은 대한민국 내에 약국을 설치해야 한다. 그 인은 약국 1개소만 설치할 수 있고, 회사의 형태로 설립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정책위원은 “만약 약사법이 개정되면, 해당 유보 내용도 변경돼 외국 자본이 들어올 길이 열린다”며 “실제로 유한회사이며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에 도매상과 체인 약국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BOOTS’사의 경우 한국 약사법이 현 정부안대로 개정되면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헌법 불합치 해결하려면, ‘비영리법인 약국’으로도 충분”

정부는 법인 약국 도입이 2002년 ‘약사로 구성된 법인의 약국 시장 진출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헌법 불합치)에 따른 정책이라고 밝혔다. ‘의료 영리화 논란’에 대해서는 약사들만 개설하고 이윤을 배당받을 수 있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법인 약국을 도입할 예정이기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동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회장은 “유한책임회사는 영리법인 약국의 한 형태로 일반인, 대기업의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조치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부회장은 “헌재 판결문을 봐도 ‘특수 약사 법인에 배당이 허용된다면 영리 추구로 인해 약국의 고유 목적인 국민 건강권 확보가 변질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해결하는 방법은 ‘영리법인 약국’이 아닌 ‘비영리법인 약국’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비영리법인 약국’ 도입 원칙으로 △약국 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다른 법이 아닌 약사법에 명시 △출자자에 대한 수익 배당 금지 △헌법 제36조 3항에 따라, 약국 법인의 경영과 소유의 일치 △제약이나 도매업을 겸할 경우 약국 법인 설립 금지 △1법인 1약국 등을 제시했다.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