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과 함께 살려는 노력이 ‘약’

[인터뷰 및 기사] 소외계층과 함께 살려는 노력이 ‘약’

소외계층과 함께 살려는 노력이 ‘약’

쪽방촌 봉사 최진혜 약사(중대병원 약제과)

이탁순 기자 (hooggasi2@dailypharm.com) 2010-07-08 06:30:18

 

소외계층과 함께 살려는 노력이 '약' 1

“착한 이미지로 포장해주지 마세요”

인물 인터뷰를 하다보면 예쁘게 써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쪽방촌을 돌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약품 나눠주기 봉사활동을 펼친다해서 기획된 인터뷰인지라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아가씨의 선행이야기’가 중심이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봉사라는 착한 이미지 대신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쪽방촌 사람들의 현실을 더 부각하길 원했다.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약제과에서 일하고 있는 최진혜 약사(27)는 지난 2007년부터 동대문 쪽방촌을 한달에 한번씩 방문해 그곳 주민들을 위해 의약품 전달과 건강상담을 해주고 있다.

“원래는 종교 단체 노숙자 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좋은 마음에서 하는 봉사가 현상 유지에 오히려 기여를 하는 건 아닌가, 왜 봉사해야 할 대상들은 늘어나기만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죠”

이런 고민들은 도움을 주는 것 이상에서 서로 관계를 맺어 현실을 배우자는 뜻에서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약대연합 동아리 ‘늘픔”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늘픔 멤버들은 현재 약사가 되어 쪽방촌 방문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씩 빈곤층의 건강권이라던지 의료민영화에 대한 세미나 모임도 갖고 있다.

“건강이란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잘 받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거, 교육 수준, 생활 환경, 식습관, 보건의료정책 등이 복합적 영향을 미치죠. 실제 쪽방 활동을 하면서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쪽방촌 사람들은 돈 없어서 아프고 아파서 일 못하고 일 못해서 돈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죠. 봉사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합니다”

 

소외계층과 함께 살려는 노력이 '약' 2

 

최 약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데 더 절망한다.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봤어요. 쪽방촌에서는 ‘죽음’도 무미건조한 일상이 되버렸죠”

처음에 쪽방촌을 방문했을 때는 그곳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일회성 봉사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만남이 이어지면서 주민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애인은 생겼는지 등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즐겨요. 약보다는 서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 ‘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달에 한번 방문이 허전함만 안겨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최 약사는 쪽방촌 내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매일 술 마시고 놀기만 하는데 사물놀이를 가르쳐드린다던지 함께 할 수 있는 소일거리들을 알려주는 활동들로 넓혀갈 생각인데 다른 일에 치이다 보니 쉽지 않네요”

아쉬운 점은 늘픔 활동인원이 10명 안팎의 소수라는 점. 경제적인 이유로 의약품 전달도 제한되고 있다.

“파스를 많이 원하시는데 재정상 부담이 큽니다. 적은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약사들이 어려운 현실과 직접 맞닿뜨리길 권한다. “소외받는 사람들과 실제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있는가와 아닌가는 그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약사들로서는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들여다보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